2025/03/11 14

토쿠다와 호리

호리 타츠오: 슈세이 씨, 아쿠타가와 씨를 기억하시나요? 토쿠다 슈세이: 당연하지. 그 사람은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어. 여러 가지 의미로. 호리 타츠오: 다행이네요. 여기서 기억 안 난다고 하시면 난처해질 뻔했어요. 토쿠다 슈세이: ……너는 아쿠타가와 씨와 친밀한 사이였으니까. 호리 타츠오: 저…… 앞으로 아쿠타가와 씨를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. 토쿠다 슈세이: ……으음, 옛날처럼 평범하게 다가가면 되는 거 아닐까? 호리 타츠오: 그거면…… 되는 걸까요. 토쿠다 슈세이: 나라면 친했던 사람이 옛날 일로 괜히 서먹하게 대하면 상처받을 것 같아. 네 마음도 알지만, 웃으면서 맞아 주는 게 좋을 거야. 너한테도 말이지. 호리 타츠오: 네…… 그렇, 겠죠…….

토쿠다와 사토

토쿠다 슈세이: 하아……. 사토 하루오: 무슨 일이에요, 한숨을 크게 쉬고. 토쿠다 슈세이: 아니, 어쩌다 이렇게 됐나…… 해서. 여전히 주변에서는 공기 취급받고, 이상한 생물이랑 싸워야 하고, 쿄카한테는 만나자마자 혼나고. 사토 하루오: 슈세이 씨는 고생을 몰고 다니는 면이 좀 있죠. 토쿠다 슈세이: 진짜, 불가사의 그 자체야. 어느새 귀찮기 짝이 없는 인간들한테 둘러싸여 있고……. 아, 네가 그렇단 말은 아니다? 사토 하루오: 하하, 저도 만만찮은 녀석들 뒤치다꺼리깨나 했거든요. 그래서 슈세이 씨의 기분을 알 것 같아요. 마음껏 푸념하세요. 토쿠다 슈세이: ……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. 사토 하루오: 저도 일단은 상식인 역할이라, 슈세이 씨와는 동지라고 생각해요. 토쿠다 슈세이: 하하, 고마워. 말이..

토쿠다와 오다

토쿠다 슈세이: 진짜 이상한 데네, 여긴…… 그, 오다 씨? 오다 사쿠노스케: 오다사쿠로 됐심더. 토쿠다 슈세이: 그래…… 그럼 오다사쿠 씨, 얘네를 어떻게 생각해? 음의 감정이라고 듣긴 했지만, 음의 감정이라는 개념부터가 모호하잖아. 오다 사쿠노스케: 글쎄 멀까예……. 이놈들캉 싸우고 있다 보면 북받치는 이 감정. 마감을 지키고서도 마감에 쫓기는 악몽을 꿨을 때의 기분이라 캐야 하나? 토쿠다 슈세이: 우리 좀 통하네. 그 표현, 딱 감이 와. 오다 사쿠노스케: 알겠십니까!? 이 미묘한 느낌, 통해가 좋네예. 토쿠다 슈세이: 응, 우리가 작가들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. 오다 사쿠노스케: 아 그리고, 연말에 돈이 떨어져가 돈 구하러 이리저리 뛰댕길 때의 괴로운 기분이나, 원고료 가불을 몬 받고 간식으..

회상(回想) 2025.03.11

토쿠다와 나카노

나카노 시게하루: 우와아…… 이게 유애서의 세계구나. 내가 쓴 책 속에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……. 토쿠다 슈세이: 여기,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, 없는 것 같기도 하고……. 나카노 시게하루: 아, 그건 이 소설의 무대가 카나자와라서 그래요. 토쿠다 슈세이: 그렇구나…… 자기가 쓴 소설 속에 실제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기분 이상하지 않아? 나카노 시게하루: 네, 설레는 한편으로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. 토쿠다 슈세이: 이왕이면 침식되기 전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 때 보고 싶었는데…….

마사오카 일문

카와히가시 헤키고토: 노보 씨이, 헤키고토 왔어요—. 타카하마 쿄시: 노보 씨, 부르셨습니까? 마사오카 시키: 좋아 좋아, 다 모였지. 너희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…… 드디어 시합을 개최하게 됐어! 카와히가시 헤키고토: 앗, 드디어 결정됐군요! 타카하마 쿄시: 내가 여기저기 돌면서 모은 거야. 카와히가시 헤키고토: 와, 애 좀 썼잖아! 평소엔 그 정도로 안 모이는데. 마사오카 시키: 그럼 그럼! 모처럼 잡힌 시합이니까 너희한테도 하나 더 과제를 주지. 이번 시합에 대해서 베이스볼로 한 수 지어올 것! 카와히가시 헤키고토: 베이스볼로 한 수? 마사오카 시키: 그래. 간만에 너희의 전력이 담긴 하이쿠를 보여 줘. 카와히가시 헤키고토: 노보 씨………. 물론이죠! 타카하마 쿄시: 경쟁하듯 하이쿠를 지었던 시절..

프롤레타리아

토쿠나가 스나오: 프롤레타리아 문학 동지들이 모였구만! 나카노 시게하루: 후후, 그때가 생각나네. 그립다……. 코바야시 타키지: 그러게, 탄압 따위에 굴복하지 않고, 모두가 우리의 책을 원해 줬지……. 토쿠나가 스나오: 그려, 그것도 책을 내고서 발매 금지 처분이 떨어지기까정 고 메칠 새에! 나카노 시게하루: 우리는 사람을, 사회를 움직이는 문학을 했던 거야……. 코바야시 타키지: 지금도 그래, 시게하루. 우리가 노력하면 사람을 움직이는 문학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. 토쿠나가 스나오: 그라기 위해서라도 타키지, 시게지, 절대로 죽으믄 안 돼야! 토쿠나가 스나오: 응, 남자들끼리의 약속으로! 코바야시 타키지: 그래, 그것만큼은 반드시 지킬 거야……!

신감각파

키쿠치 칸: 오, 요코미츠에 카와바타 아냐. 요즘 어때? 잘 지내냐? 카와바타 야스나리: 오랜만입니다…… 키쿠치 선생님……. 요즘은 무명 화가의 미술품을 모으거나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…… 돈도 들지 않으니까요……. 요코미츠 리이치: 카와바타는 '발굴의 명인'이니까요. 그 연장선입니다. 키쿠치 칸: 그러고보니 무명 작가를 찾아내는 것도 좋아했었지, 카와바타는 특히. 카와바타 야스나리: 오동나무 싹이 내일은 몇 마디나 자랄까 예상하면서…… 새로운 문예의 왕국에…… 입국을 허가받기 위한 여행권을 찾고 있습니다……. 요코미츠 리이치: 즉, 키쿠치 씨처럼 주위의 신인에게 자극을 받아 본인도 성장하고 있다, 고 카와바타는 말하고 싶은 듯합니다. 키쿠치 칸: ……아, 이제 알겠다. 그렇구나. 그나저나 그 언어 감각..

시라카바파

아리시마 타케오: ……시라카바파 삼인방이 모두 모인 것 같네. 시가 나오야: 이렇게 비교해 보면 너희 둘은 닮았어. 무샤노코지 사네아츠: 시가는 고귀함이 없어. 왕자 집단으로서 이상을 실천하는 태도가 부족해! 시가 나오야: 그야 너희랑 비교하면 난 사실주의자 쪽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…… 으음. 아리시마 타케오: 시가 군, 납득이 안 가는 모양이네. 무샤노코지 사네아츠: 시라카바는 따로 사상적인 약속이 있는 모임이 아니니까. 딱히 몰아세우는 건 아니야! 시가 나오야: 그래그래. 약속이라고 해야 하나, 시라카바는 기본적으로 무샤의 박애 정신으로 성립된 잡지지. 일단은 나랑 시작한 거지만. 아리시마 타케오: 그렇지. 그걸로 그만큼이나 되는 또래 친구들이 문학에 눈뜨게 만들었으니, 역시 무샤 씨는 대단해.  ..

여유파

나츠메 소세키: 오오, 귀한 면면들이 모였군요. 모리 오가이: 일단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여유파니 고답파니 하는 이름으로 묶이고 있다만……. 마사오카 시키: 그렇다고 해서 같이 뭔가를 하거나 했던 사이는 아니죠. 나츠메 소세키: 뭐, 그건 그렇지만……. 마사오카와 모리 씨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. 모리 오가이: 그래, 인생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지. 전생에는 후회 없이 살았을 터인데……. 마사오카 시키: 두 번째 인생이 주어져서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……. 저도 놀라움의 연속이에요. 나츠메 소세키: 이런 싸움 따위 어서 끝내 버리고 소설을 쓰고 싶군요. 지금이라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. 모리 오가이: 그건 꼭 부탁..

오자키 일문

토쿠다 슈세이: 쿄카와 슈세이, 인사드립니다.  오자키 코요: 호오, 자네들 둘이 한꺼번에 모이다니 별일이군. 이즈미 쿄카: 오자키 문하로서 단결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요. 토쿠다 슈세이: 저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는데, 쿄카가 들은 척도 안 해서요. 오자키 코요: 하하하, 자네들도 조금은 성장한 건가? 나의 문하생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기대하겠네. 이즈미 쿄카: 코요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……! 토쿠다 슈세이: 상당히 압박이 되는 말씀을 하시네요. 뭐, 저도 나름대로 노력할게요. 오자키 코요: 자네들 각자에게 좋은 점이 있네. 서로 절차탁마하며 지내게나. 이번에는 나도 돕겠네. 오자키 일문의 힘을 보여주게. 이즈미 쿄카: 감사합니다, 선생님! 자 갑시다, 슈세이! ..